마녀 배달부 키키 ; 魔女の宅急便 ; Kiki's Delivery Service (1)


일본 1989년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성우) : 타카야마 미나미(키키&우르슬라), 사쿠마 레이(지지), 토다 케이코(오소노), 야마구치 갓페이(톰보)


혹시나 싶어서, 미리 밝혀 두지만, 개인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최근의 작품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작품성이니 뭐니 하는 것 때문이 아니라, 그의 최근작들을 볼 때마다 어떤 불편함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불편함이라는 것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부지불식간에 그냥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의 미야자키 하야오와 나는 서로 코드가 맞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누군가 "그렇다면 너가 느끼는 불편함이 뭔데?"라고 묻는다면, 그 불편함에 대해서 설명할 자신도 없다(사실은 설명할 수 있다. 단지 다른 작품들을 이야기할 때에 언급할 생각이다). 그가 걸어 온 길 - 혹은 사상적인 면과 관련이 약간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근의 작품들에서 약간의 차이 - 정말 사소한 엇갈림이라고 할 수 있다 - 를 느끼기 때문이다(덧붙이지만, 개인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관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그래서, 모노노케히메 이후로는 그의 작품을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다.

[마녀 배달부 키키]는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린 작품으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Nausicaa of the Valley of Wind](1984년), [천공의 성 라퓨타 Laputa : Castle In The Sky](1986년), [이웃집 토토로 My Neighbor Totoro](1988년) 등과 함께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이 작품에 원작이 있다는 사실이다. 카도노 에이코가 1985년에 발표한 동명의 소설 - 동화가 원작이다. 당연히 미야자키 하야오는 원작에 바탕을 두면서도, 그만의 세계를 표현하였다.

작품의 무대는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전의 유럽이라고 미야자키 하야오 본인이 말한 적이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비행선 등을 생각해도, 그 시대적 배경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도시 등의 모습은 스웨덴이나 아일랜드, 포루투칼, 독일 등에서 촬영한 풍경을 사용하였다. 특히, '아드리아해의 진주'라고 불리는 두브로브니크가 메인 무대로 등장하였다.

줄거리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색은 우리들이 익히 생각하는 마녀와 애니메 속의 마녀들은 전혀 다른 존재라는 점이다. 우리들은 흔히들 마녀라고 하면, 마법 - 그 존재가 암흑의 흑마술이던 백마술을 부리던 상관없이 - 부리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를 떠올린다. 즉, 인간과는 다른 존재가 마녀이다. 하지만, 주인공인 키키는 할 줄 아는 마법이 빗자루로 하늘을 나는 것 뿐이다. 또한, 그의 어머니도 고작 신경통에 도움이 되는 약을 만드는 정도의 재능이 있을 뿐이다.

인간과는 다른 차원에 사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마녀이기에, 그들의 힘은 전지전능하지도 않고, 게다가 산골에 살고 있던 키키는 여느 시골 처녀처럼 대도시를 동경하고 있기 조차 하다. 빗자루로 하늘을 날 있는 것을 빼면, 키키는 보통의 소녀일 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이 마녀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원작자의 무지 때문이다. [마녀 배달부 키키]의 원작자인 카도노 에이코는 별 생각 없이 책을 냈다. 카도노 에이코는 마녀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지도 않았고, 또한 특별히 조사를 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쓴 환타지 동화가 미야자키 하야오에 의해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고, 엄청난 붐을 일으킨 후에야 마녀에 대해서 하나 둘 공부하였다고 후에 말했다. 결과적으로 마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기에, 오히려 인간적인 마녀, 혹은 마녀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세계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즉, 하늘을 나는 마녀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순식간에 머리에 쥐가 것 같은 숫자들을 암산을 하거나 경이적인 기억력을 보여주거나 하는 등의 한 방면에서 특별한 재주를 가진 인간으로 재탄생하였다. 이른바 천재나 수재라고 불리는 인간이 마녀인 것이다. 인간적인 마녀이기에, 애니메에 등장하는 마을 주민들도 마녀를 터부시하거나 하지 않고, 그냥 신기한 존재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법은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것이 아니라, 단지 인간이 가진 특출한 능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세계가 [마녀 배달부 키키]의 세계이다.

키키가 코리코에 도착했을 때에 교통법규를 위반하였다고 - 도로 위를 날았다는 이유 -,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거나 호텔에서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숙박을 거절당하거나 한 것은 스크린 속의 세계에서는 마녀도 현실의 인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이 특수한 재능 - 하늘을 날 수 있다는 - 은 보통의 인간들도 노력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키키와 우르슬라는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우르슬라 : 난 키키만할 때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어. 그리는 게  재밌어서 자는 게, 아까울 정도였지. 그런데 말야, 어느 날 전혀 그릴 수가 없게 됐어. 그려도 그려도 맘에 들질 않아. 그때까지의 그림이 누군가의 흉내였다는 걸 깨달은 거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것을. 나만의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이지.

키키 : 괴로웠어?

우르슬라 : 그건 지금도 똑같아. 하지만, 그 뒤 전보다 조금 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 마법이란 주문을 외우는 게 아니지?

키키 : 응. 피로 나는 거랬어.

우르슬라 : 마녀의 핀가. 멋진데, 나 그런 거 좋아해. 마녀의 피, 화가의 피, 요리사의 피. 신이라든가 누군가가 준 힘인 거야. 덕분에 고생도 하지만.

키키 : 나, 마법이란 뭘까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어. 수행 따윈 고리타분한 관습이라고만 여겼지. 오늘 우르슬라가 와 줘서 정말 기뻤어. 나 혼자선 그저 우왕좌왕하고만 있었을 거야.


키키의 [마녀는 피로 난다]는 말은 천성적인 재능이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밝힌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우르슬라는 하늘을 나는 타고난 재능을 그림을 그리는 재능이나 맛난 음식을 만드는 재능 등과 동격으로 취급하고 있다. 특수한 재능이라는 것은 노력이 아닌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고, 또한 그 주어진 재능을 깨닫지 못하거나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고 정리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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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마녀 배달부 키키]는 특출한 인간들의 영웅적인 이야기인 것일까? 타고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키키와 같은 마녀만 하늘을 날 있는 것일까? 이 물음에 미야자키 하야오는 NO!라고 말한다. 보통의 인간들에게는 빗자루 대신에 바로 비행선이 있다. 비행선을 통해서 인간은 마녀와 같이 날 수 있다. 또한, 클라이맥스인 강풍에 날린 비행선은 인간의 시행착오를 의미한다. 그리고, 헬륨이 가득찬 통제 불가능의 비행선은 잘못 사용된 과학의 위험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남자던 여자던 젊던 어리던 검던 희던 누리끼리하던, 서로 다른 모습의 인간들이 하나가 되어서, 자신들이 지구라는 공동체(인류)의 일원인 것을 깨닫는다면, 과학은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클라이맥스의 메세지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엔딩 직전의 자전거 비행기로 키키와 함께 하늘을 나는 톰보의 모습을 통해서, 인간은 시행착오를 겪는 속에서 발전을 이루어낸다는 진보적인 역사관도 보여준다. 비행기로 더 이상 키키는 특출한 재능을 타고난 존재가 아니게 된다. 키키를 특별하게 했던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이 보편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평등과 자유, 그리고 엔딩에서 자신의 가게를 마련한 키키 - 인간의 주체성이 이 작품의 테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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