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선수가 지난 세계 피겨 스케이팅 선수권의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 다음날에 무척이나 흥분했다. 그래서 그녀는 트리플 악셀 점프가 필요없다는 도발적인 제목을 달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다. 지극히 팬으로서 과한 욕심을 표현했다. 그 이면에는 일본의 빙상계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고 있는 아사다 마오 선수에 대한 경계심과 초조함이 있었다. 반면에 이 말인 즉슨 김연아 선수가 이렇게 놀라운 성취와 완성도를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불안하다는 것과 그녀의 실수가 안타깝고 이상하게 관대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아사다 마오의 주특기가 트리플 악셀 점프이고 안도 미키도 한다고 (쿼드러플 점프도 성공한 적 있다고 하니) 하니까 그 선수들보다 전혀 뒤쳐질 것이 하나도 없는 김연아 선수가 못할리 없다는 생각과 일종의 시기심이 있었다. 누군가의 지적대로 일본 언론과 일본 빙연의 프레임로 인해서 이런 초조감과 시기심이 발동했는지도 모르겠다. 

- 이래서 맹목적이고 열광적인 팬은 욕심이 많고 집착이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배타적이고 다른 이의 평가나 비판에 관대하지 않는 태도 등등.... 이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나 가수, 연예인에게도 해당하는데, 결코 그들에게 도움이 안되는 일이다. -

아사다 마오 선수의 경기 동영상을 우연히 처음 봤을 때 일본이 세계 피겨 스케이팅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강국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타라 리핀스키.미쉘 콴이나 옥사나 바이울, 이리나 슬루츠카야, 사라 휴즈, 수구리 후미에, 아라카와 시즈카 등등을 이어서 꽤 유명한 선수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김연아 선수가 주니어 피겨 스케이팅 대회에서 아사다 마오를 제치고 1위를 했다는 소식에 대한민국에서도 좋은 선수가 있구나 하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그랑프리 대회에 처음 참가해서 좋은 성적을 냈다는 기사를 보고 유투브에서 경기 장면을 찾았고 경기 모습을 보고 너무 놀랐다. 트리플 점프를 연속으로 2회를 하고 이너바우어 자세 후 더블 악셀 뛰는 모습이라니...... 피겨 스케이팅 경기를 보는 동안 저렇게 점프하는 여자 선수는 처음 보는 듯 했다. 그리고 압박 붕대를 하고 있는 모습에도 의아했고... 나중에 부상 중에 있다는 것도 알았고...... 저렇게 뛰어난 선수가 열악한 환경과 조건에서 고군분투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런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놀라운 성취와 도전 정신을 보면서 김연아 선수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점점 높아만 갔다. 틈나는대로 김연아 선수 경기 동영상을 찾아서 보고 역시 하며 감탄했으니까 말이다.

세계 피겨 스케이팅 선수권 대회에서 안타깝게도 연속으로 3위의 자리에 오른 것을 보고 아사다 마오의 특기라고 하는 트리플 악셀 점프를 김연아 선수도 다시 연습하고 점프를 더욱 연마해서 아사다 마오와 일본 빙연과 ISU 심판진을 이겨내고 챔피언으로 우뚝 서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일종의 피해의식과 선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김연아 선수와 브라이언 오서의 생각과 선택은 달랐다. 김연아 선수의 강점을 더욱 부각시키고 더욱 완성된 지점으로 나아가는 것을 택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것이 바르고 옳은 길이었다는 것을 이번 세게 피겨 스케이팅 선수권 대회를 통해서 나타났다.

2008-2009년도 시즌을 보면서 김연아 선수가 어느 때보다도 밝고 건강한 모습에 기뻤다. 그런 안정감이 어디서 왔을까 생각해 볼 때 브라이언 오서라는 존재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김연아 선수의 헌신적인 후원자이며 멘토 역할을 해 주던 어머니가 채워줄 수 없던 선수로서의 경험과 조언을 브라이언 오서가 했을 것이고 10년이나 세계 정상권의 실력을 유지했던 자기 관리와 상태 유지에 대한 노하우가 고스란히 김연아 선수에게 전달되었기에 김연아 선수의 안정감과 견고함, 자신감 등등이 더욱 충만해졌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브라이언 오서의 바람대로 지난 시즌에 김연아 선수는 행복한 스케이터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다. 

선수로서의 안정감, 견고함, 자신감 등등은 2008-2009년도 시즌에서 아사다 마오, 즉 치열한 경쟁자, 운명의 맞수로서 양강체제의 한 축인 아사다 마오에게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것이기에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 선수에게서 뒤쳐지고 자국의 안도 미키에게도 밀렸다. 이제는 그녀가 행복한 스케이터가 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나아가 오랫동안 기억되고 사랑받는 스케이터가 되는 길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김연아 선수가 여성 피겨 스케이터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영광과 성취가 있기를 바란다. 그녀가 아사다 마오가 한다는 트리플 악셀 점프를 뛰지 않아도 안도 미키가 성공했었다는 쿼드러플을 하지 않아도 이미 그 자체로 뛰어나다. 당대의 어느 선수도 보여주지 못하는 스피드와 트리플-트리플 연속 점프, 보다 완성된 스텝과 스핀만으로도 김연아 선수는 어느 대회에서든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증명했다. 

마지막으로, 행복한 스케이터 김연아 선수로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라는 팬으로서의 마음가짐을 정리해 본다. 지난 글에서 김연아 선수가 현재로서는 필요하지 않지만 빠르면 다가올 시즌에, 아니면 동계 올림픽이 끝난 다음 시즌에라도 트리플 악셀 점프를 뛰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광오한 전망을 한 것, 그리고 더욱 큰 성취를 바라는 그런 마음를 표현한 것을 취소할 생각이다. 그 글에서도 이미 밝혔지만 그것은 김연아 선수를 향한 과한 욕심이고 기대인 것, 선수 개인에게 너무나도 혹독한 훈련을 요구하는 것이기에 가혹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그저 그녀의 경기에 박수 치고 호응하고 관심 갖는 것과 또 다른 선수에게도 아낌없는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며 그 뿐이다.  나아가 김연아 선수가 2009년 상반기를 잘 준비해서 2010년 뱅쿠버 올림픽의 영광을 얻기를 진심으로 바란다.